2016년 5월 28일 토요일

어느 투자자의 고백 [남동진]~

어느 투자자의 고백 [남동진]어느 괴짜 투자 고수의 30년 투자 일대기이 책을 읽지 않고 투자자가 되려는 생각은 접어라!“열심히 번 돈을 투자해 보고 싶은데, 도대체 뭐부터 해야 되지?”이제 막 주식 투자를 시작하려 하거나 초보 투자자로서 조언을 얻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 출간되었다. 기존에 출간되어 있던 주식 투자 관련 책은 투자 성공담이나 투자 기법을 말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소설이라는 장르 안에서, 투자자로서의 생활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면서 투자자가 지녀야 할 자세를 자연스럽게 전하고 있다. 평범한 과수원 집 아들이었던 주인공은 풍작을 꿈꾸며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그토록 열심히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흉작을 맞이했다. 왜냐고? 이유는 간단했다. 그 해 지독한 장마가 있었던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완벽하게 망쳐버리다니! “아버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연재해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농사는 비효율적인 것 같습니다.”농사보다 위험성이 더 낮으면서 더 큰 이익을 안겨줄 대상을 찾아 집을 떠나는 남자. 그것이 그의 생애 처음으로 해본 ‘투자 행위’였다. 그가 말하는 투자는 ‘현재의 결정과 행동으로 미래에 어떤 대가를 얻으려는 모든 행위’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이후 1970년대 건설주 폭등부터 10ㆍ26사건, 1980년대 일본의 호황과 버블 붕괴, 1990년대 조지 소로스의 영란은행 공격(‘검은 수요일’)과 대한민국 IMF 사태, 2000년대 중국의 호황과 최근 서브프라임 공황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세계의 경제 흐름 가운데에 서 있었던 주인공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를 유발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버는 건 도박이나 다름없다고.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이 책 속의 투자자는 고개를 젓는다. 그에게 주식시장은 피나는 노력과 끝없는 감정 조절을 해내는 사람에게 정당한 보수를 제공하는 곳이다. 노련한 투자자는 ‘자신에게 최적화된 투자 방법’으로 언제나 돈을 번다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말한다. “돈에 집착하면 할수록 돈은 멀어졌던 것 같아요. 난 투자 활동을 사랑했습니다. 내 온 정신을 또렷이 모았던 바로 그 순간만큼은, 내가 살아 있음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과 그에 따른 투자 활동이다.어느 누구도 자신의 직업이 ‘투자자’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기, 이 남자는 자신의 직업은 ‘투자자’라고 자신 있게 말하며 그 사실을 너무도 자랑스러워한다. 투자계의 애송이에서 투자 고수가 되기까지, 지독히도 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비밀스러운 고백을 듣고 나면, 훌륭한 투자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외국인들은 무언가를 사려는 것 같았다. 그들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던 나는 그때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아주 싸구려 도자기 하나를 제법 높은 가격에 사려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난 혼란스러웠다. 그 정도 수준의 도자기는 우리 동네에 사는 장인 할아버지가 그냥 깨부숴 버리는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보아하니 어느 작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것 같았는데, 그런 걸 그들은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사 가는 것이다.‘어째서, 저들은 저렇게 싸구려 물건에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걸까…….’난 정말 의아스러웠다. 난 그날 일을 마치고 하숙집에 들어와 밤새도록 생각해 보았다. 그들이 바보여서일까? 아니면 돈이 남아돌아서? 아니었다. 뭔가 다른 게 있었다. 우리들과는 다른 그들만의 사고방식. 난 그게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똑같은 물건을 두고 한쪽은 하찮게 생각하지만, 다른 한쪽은 귀하게 생각한다.’ (/ pp.34)우린 이걸 ‘회복율의 함정’이라 불렀다. 즉, 투자를 하나의 행동으로 볼 때, 크게 잃고 크게 버는 것은 적게 잃고 적게 버는 것보다 나쁘다는 것이다. 이건 기초적인 수학만을 알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들은 큰 위험을 감수하고 큰 수익을 얻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리적 계산으로 보면 분명 작은 위험을 감수하고 작은 수익을 얻는 게 훨씬 현명한 행동이고, 시장에서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는 확률적 계산이 가능했다. 결국 작은 금액으로 투자하고 손실을 항상 제한시키는 게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첫 번째 열쇠였다. (/ pp.78)‘확신을 가지고 주식을 사고, 샀으면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시세는 믿음을 먹고 자라나니까요.’나는 점점 그가 누군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나간 후 사람들은 오히려 날 쳐다보았다. 모두가 두려움 반, 놀라움 반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왜들 그러시죠?”이유를 묻자 그들 중 한 명이 눈을 크게 뜬 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내게 반문했다.“몰라서 물어?”“네. 도대체 왜들 그러는 거예요?”“이런 멍청아! 너 방금 그분과 대화했잖아.”“그분요?”난 갑자기 숨이 가빠져왔다. 사람들은 모두가 웅성거리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내게 더 큰 목소리로 쏘아붙이듯이 말했다.“장성상사의 큰손 매입자인 을지로 호랑이와 대화했다고!” (/ pp.89~90)이 무시무시한 투기의 열기 속에서 난 완전히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이거야말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미친 짓이다. 하지만 나도 여기에 동참하고 싶다. 미친 짓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저 주식가격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 pp.94)‘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 때까지 기다려라.’주식시장에서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법이다. 대개 초보자는 1개월에서 1년 정도 버티다가 새로운 하락세를 견디지 못하고 포기한다. 그만큼 주식시장은 참여와 퇴출이 빈번한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마지막까지 버틴 자가 곧 고수이다. 이 바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자들은 거의 대부분 부를 거머쥐었다. 그 말은 곧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참고 버텨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버티고 살아남아서 꿀처럼 달콤한 시장의 선물을 받아내야 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의 시장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절대 조급해하거나 무단횡단을 해서는 안 되었다. 참아야 했다. 참고 또 참으면 결국은 시장이 내가 원하는 형태의 모습을 띠고서 나타날 것이었다. 문제는 그 순간이 올 때까지 인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제 난 그럴 자신이 있었다! (/ pp.163~164)주식시장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절대 이 일을 쉽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리고 참여자라면 모두가 이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건 나 역시 그러했다. 이것은 거래를 해오며 내면에서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던 사실이었다. 인간의 심리와 싸우는 일이기에 결코 쉽지 않았다. 또한 월급처럼 일정한 금액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은 절망적인 상황을 자주 연출했다. 몇 달간 계속 손실을 입을 때는 생활고 때문에 너무나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항상 ‘내가 투자와 맞는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수십 수백 번 반복했다. 투자라는 행동은 이미 그 자체로도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지는 야누스적인 직업이었다. 주식시장 자체도 상승과 하락이 있지만, 투자자 본인에게도 항상 상승과 하락이 있다. 이게 투자의 본질이었다. (/ pp.279~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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