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3일 월요일

이어 제로 [롭 리이드]~

이어 제로 [롭 리이드][뉴욕타임스],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 '괴짜 유머의 초강력자가 나타났다. ...... 올해 최고의 SF 소설이자, 가장 재미있는 책!' -크리스 앤더슨, TED 큐레이터지구 음악을 듣고 뇌출혈과 황홀경에 빠진 그 순간,외계인들의 원년(Year Zero)와 천문학적 빚더미가 시작됐다! 괴짜 유머 SF 소설계에 신성이 등장했다. 아이튠스가 등장하기 전 최고의 온라인 음악서비스 시스템이었던 랩소디(Rhapsody)의 개발자이자 리슨닷컴(Listen.com) 설립자로, 음악 및 IT업계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저술활동을 해온 롭 리이드의 첫 소설 데뷔작 [이어 제로]가 바로 그 주인공. 이 책은 코믹 SF 소설의 고전으로 유명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연상시키면서도, 특유의 기발함과 신선함, 재미와 독창성을 갖춘 소설로 유수 언론들의 호평을 받았다. [뉴욕타임스],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에도 선정되어 SF 소설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줄거리 또한 상상력과 기발함이 번뜩인다. 은하계에는 과학, 예술, 경제......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고등생명체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유일한 단점은 음악을 더럽게 못한다는 것뿐. 이들은 지구 음악을 처음 접하고 뇌출혈과 황홀경에 빠진 1977년을 자신들의 원년(Year Zero)으로 삼을 만큼, 로큰롤과 팝 등 지구 음악에 심취한다. 그러나 수십 년 후, 빅뱅 이래 최대 규모의 저작권 침해와 부채로 우주는 파산 위기를 맞게 된다. 천문학적인 빚을 갚느니 차라리 지구를 파멸시키려는 은하계 반란 세력이 지구로 잠입하는 한편, 립싱크 전문 외계인 팝가수 프램튼과 칼리는 이를 막기 위해 변호사 닉 카터의 사무소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실직을 걱정하던 연예계 저작권 담당 하급 변호사 닉은 이제 칼리와 프램튼을 가이드로 삼아 48시간 내에 인류를 구해야 하는 영웅으로 뒤바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닉이 짝사랑하는 이웃의 인디 가수이자 법률보조원 만다, 구글 초창기에 입사한 덕에 스톡옵션을 챙겨 기업사냥꾼이 된 그의 사촌형 퍼그워시, 차가우면서도 빈틈없는 닉의 상사이자 파트너 변호사인 셔먼이 외계 반란 세력의 음모를 저지할 계획에 참여하며 좌충우돌하는 얘기가 펼쳐진다. [이어 제로]는 뉴욕 뒷골목부터,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계 곳곳의 행성, 심지어 온라인게임의 가상현실까지 오가며 인간과 외계인이 '은하계 저작권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독특한 플롯과 상상력, 페이지마다 가득한 괴짜 유머가 돋보이는 책이다. 로큰롤과 팝음악, IT 장치, 신랄한 사회 풍자가 절묘하게 배합된 이 책은 은하계 코믹 SF 소설의 새 지평을 보여줄 것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스러운 괴짜 외계인들을 통해 본 음악 산업의 이면과 저작권 문제들, 그리고 웃음기 가득한 사회 풍자! 이 책의 백미 중 하나는 바로 상상력이 넘치면서도 웃음기 가득한 사회 풍자다. 손발이 10개인 십족괴물 종족 데카퍼스, 2차원 생명체로 현란한 디스코 조명 같은 형상을 한 수호자 1138, 인간을 닮아 외계에서 인기가 높은 퍼퓨피나이트 족, 극단적으로 지루하고 무기력하고 멍청한 탓에 이들과 함께 생활하던 타 종족들을 짜증에 북받쳐 멸종하게 만든 플러어어스 족 등등 독특한 캐릭터의 외계인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비록 고등생명체(플러어어스 족 제외)이지만, 이들의 고민이나 치부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다. 건성건성 졸며 지구 음악 복제 일을 담당하는 십족괴물 데카퍼스 한 명은 자신의 연금 수령 기간에 비해 근무일수가 너무 많다고 울화통을 터뜨린다. '애벌레 단계가 끝나자마자 일을 시작한 친구들은 성인기 내내, 그러니까 8,000년 동안 연금을 받소! 일은 똑같이 43.3년 동안 했는데도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그러니까 나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을 위해 근무 연한을 절반으로 감해줘야 한다고 생각지 않소?'(본문 267~278쪽) 과학기술이 발달해 수명은 늘었지만, 엄청나게 연장된 공무원들의 노후를 위해 우주 경제총생산의 상당 부분을 투입해야 하는 실정은 고등생명체도 풀지 못한 숙제로 묘사된다. 지구 음악을 넘어 지구 리얼리티 프로그램까지 따라하는 외계인들의 모습은 현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행태를 교묘하게 비꼰다. 예전에는 주로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던 별 볼일 없던 은하계 종족이자 이 책의 외계인 주인공들의 종족이기도 한 퍼퓨피나이트들은 그저 외모가 인간과 닮았다는 이유로, 은하계 최고의 립싱크 스타들로 등극한다. 흥행을 위해서라면 사생활도 꾸며내고 거짓 정보까지도 만들어내는 은하계 최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주인공이자 립싱크 스타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 저작권 연장법을 추진한 가수이자 상원의원 출신의 소니 보노(Sonny Bono)를 꼭 닮은 퍼퓨피나이트다. 이 책이 다루는 화두이자, 도마에 한가운데 오른 풍자 대상은 바로 저작권법이다. 저작권 보호라는 명분을 넘어 변호사들의 저작권 사냥 혹은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경쟁사 씨 말리기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현실을 주인공이자 저작권 변호사인 닉의 시선으로 폭로한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 어쩌면 법을 하나도 어기지 않은 회사까지 포함해 여러 기업을 무너뜨렸다. 무료 인터넷 방송을 녹화하는 제품을 출시한 회사를 비롯해, 컴퓨터에서 나오는 노래에 가사를 띄워주는 제품을 출시한 회사, 구입한 DVD를 하드 드라이브에 백업하는 제품을 출시한 회사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그저 난해한 저작권법의 하위 조항을 해당 회사가 위반한 것 같다고 슬쩍 내비쳤을 뿐이다. 그러면 우리의 먹잇감은 소송비용을 대느라 금세 휘청거린다. 우리가 걸고넘어지는 신생 기업은 대개 땡전 한 푼 없다. 그래도 괜찮다. 표절을 이유로 그들을 목 졸라 죽이는 수고에 대해 음반 회사와 영화사가 시간 단위로 꼬박꼬박 비용을 지급해주기 때문이다.' (본문 110~11쪽) 또한 저작권법을 둘러싸고 이권이 복잡하게 얽힌 정치계, 음반회사, 공연업체, 유통업체와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 간의 관계 및 암투의 현장을 신랄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묘사한다. 특히 음악 및 IT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겪은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더 흥미진진하다. '대형 음반사 경영자들은 사업과 연결된 모든 사람을 미워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자기네들끼리 못 잡아먹어 안달한다. 그들은 심지어 음악가들도 미워한다(마약에 쩐 버릇없는 자뻑들!). 그들은 자기네 음악을 무료로 홍보해주는 라디오 방송사도 미워한다(힘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자식들!). 또한 온라인 음악 산업계도 혐오한다(남의 걸 훔쳐 파는 괴짜 새끼들!). 음반 소매상들이 활개쳤을 때는 그들도 엄청 싫어했다(저 자식들은 마진을 너무 붙여먹는다니까!). CD 판매금의 대부분을 떼어가는 월마트 사람들도 미워한다(공화당을 지지하는 나치 구두쇠들!). 그들은 공연 업계도 늘 미워해왔다(저 돈을 우리가 먹어야 하는 건데!). 그리고 음악을 사서 듣는 대중까지도 경멸한다(도둑놈들! 우리 걸 다운로드한 괴짜 새끼들을 등쳐먹는 도둑놈들!).' (본문 184~185쪽)메탈리카, 레드 제플린, U2, 백스트리트 보이스...... 로큰롤과 팝의 유쾌한 향연, 은하계 행성, 뉴욕 뒷골목, 온라인 공간을 넘나들며 쏟아내는 상상력의 극치! 이 책은 SF 소설 마니아뿐만 아니라, 대중음악 애호가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요소들이 풍부하다. 레드 제플린, 메탈리카, 블랙 사바스, U2 같은 걸출한 로큰롤 그룹부터 심플리 레드, 백스트리트 보이스 같은 팝 그룹까지 70~90년대를 호령한 다양한 밴드나 가수들이 나오는데, 특히 이런 뮤지션 및 이들의 노래와 가사가 소설의 대사와 줄거리에 절묘하게 녹아들어 있다. 여기에 80~90년대 MTV 키드 세대를 거친 작가의 비쥬얼한 상상력과 유머가 더해져, 마치 한편의 코믹 뮤지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발작과 황홀경을 일으킬 만큼 지구 음악에 열광하지만, 노래와 춤 실력은 눈뜨고 봐주기 어려울 정도로 엉망진창인 외계인들이 주인공 닉이 부르는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노래 [I Want It That Way]에 맞춰 좀비처럼 춤추고 경련을 일으키며 행진하는 장면에서는 황당무계 유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헤비메탈 밴드의 인기도나 음악 스타일에 맞춰 중금속(heavy metal) 원소기호 번호를 제정한 외계인들의 과학 얘기에서는 작가의 기발함과 재치에 무릎을 치며 키득거리게 된다. 참고로, 외계인들은 메탈 밴드 메탈리카에 대한 흠모를 바탕으로, 은하계에서 가장 무거운 중금속에 '메탈리캠'(원소기호 M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흠, 반헬륨은 강철처럼 견고하지만 음성질량을 가져서 무거운 물체를 물에 뜨게 하죠. 데플레피마이트는 의수나 의족 같은 보철용으로 사용되고요. 그리고 슬레이어륨은 가장 활동적인 원소라고 할 수 있어요. 그 밖에도 메가데슘, 레드제피마이트, 앤빌륨, 사바사이드.......'(반 헤일런, 데프 레퍼드, 슬레이어, 메가데스, 레드 제플린, 앤빌, 블랙 사바스 등 헤비메탈 그룹 이름을 응용한 원소명들이다. -옮긴이) (본문 74쪽) 이밖에도 현실과 상상력을 절묘하게 섞어놓은 황당무계 외계 과학이 다수 등장하여 SF 소설 특유의 재미를 더한다. 7차원 이상의 심오한 기학학적 구조인 우주 공간을 종이 접듯이 접어, 우주 공간의 두 지점을 어디든 연결할 수 있는 '주름'을 타고 이동하는 은하계 운송기술, 나노 테크놀로지를 이용해서 주기적으로 게놈을 업데이트하여 건강을 유지하는 외계인 의학체계, 개인 혹은 개인이 만든 창작품이 관심이나 명성을 얻으면 그 강도나 질에 따라 개인 간에 물리적 힘의 장력이 달라지는 '명성장력' 등등 기상천외한 코믹 외계 과학들이 나온다. IT적 상상력도 기발하면서도 웃음기 가득하다. 은하계에서 지구는 '타운센드 라인'이라는 방어막(지구 음악에 광분한 외계인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보호막)이 설치된 방문 금지 구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계인들은 흠모하는 지구 사회와 쌍방향 접속하기 위해,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해킹해서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게임 아바타로서 지구인과 대면한다. 이들은 고등생명체답게 자기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 다만 이들은 워크래프트 공간에서 자신을 '한국인'이라고만 소개할 뿐이다. 인간의 발달 속도를 낮추기 위해 잠입한 외계인이 유수 IT업체의 CEO라는 내용은 황당무계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기묘한 재미를 선사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런 기발한 장치들이 소설 플롯에 잘 녹아들어가 있으면서도, 다양한 소재로 끊임없이 등장해서 지루할 틈이 없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도 밋밋한 캐릭터가 없다. 주인공 닉 카터와 그를 돕는 인간 조력자들, 수십 개 행성의 온갖 외계인들까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모두 독특하고 개성이 넘치는 덕분에 독자들의 머릿속에서 소외되는 캐릭터가 없는 게 이 책의 매력. 은하계 법정과 지구 법정을 오가며 벌이는 황당무계하면서도 뼈 있는 저작권법 공방도 빼놓지 말아야 이 책의 묘미다. 허를 찌르는 유머, 범 은하계적 상상력, 해박한 음악 지식과 풍자로 가득한 이 책은 SF 소설 마니아는 물론,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흥미진진하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새로운 시대가 공포되고 1분도 지나지 않아 셀 수 없이 많은 ‘잘난 존재들’이 비명횡사했다. ‘코터’ 테마곡으로 촉발된 황홀감 때문에 뇌에서 엔도르핀 같은 끈적끈적한 물질이 한꺼번에 방출되어 뇌출혈을 일으킨 것이다. 그야말로 황홀경에 빠져 순식간에 죽어버렸다. …… 하지만 치명적인 새 노래를 계속 접하면서 생존자들은 점점 더 단련됐다. ‘코터’는 올리비아 뉴튼 존을 대비해 맞은 예방주사 같은 것이었다. 올리비아 뉴튼 존의 노래를 듣고 살아남은 우주는 다시 빌리 조엘을 맞이할 백신을 맞은 셈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적응해가면서 사망률은 점점 떨어졌다. …… 대규모 사망자가 발발한 것은 WPLJ 방송사가 앨범 양면을 틀어준 때였다. 이 참사를 이겨낸 생존자들은 가장 훌륭한 로큰롤 곡까지 안전하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 pp.12~13)“그 밖에 다른 슈퍼 헤비메탈로는 뭐가 있지?” 만다가 그 어느 때보다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흠, 반헬륨은 강철처럼 견고하지만 음성질량(陰性質量)을 가져서 무거운 물체를 물에 뜨게 하죠. 데플레피마이트는 의수나 의족 같은 보철용으로 사용되고요. 그리고 슬레이어륨은 가장 활동적인 원소라고 할 수 있어요. 그 밖에도 메가데슘, 레드제피마이트, 앤빌륨, 사바사이드…….”(반 헤일런, 데프 레퍼드, 슬레이어, 메가데스, 레드 제플린, 앤빌, 블랙 사바스 등 헤비메탈 그룹 이름을 응용한 원소명들이다. -옮긴이) …… “본조븀도 있나?” 나는 본 조비가 부른 의 광팬이라 슬쩍 물어봤다. “물론 있죠. 하지만 우리 기준에서 본조븀은 헤비메탈로 치지도 않습니다.” (/ p.74)“우리가 다루는 저작권 침해 범위를 확대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명품 브랜드와 소비재까지 포함시켜야 합니다.” …… “물론입니다. 탐욕스러운 소비자들이 ‘훔쳐가는’ 게 미디어에 국한되진 않으니까요.” 조시가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성추행범에게나 던질 만한 그런 표정이었다. “짝퉁 루이뷔통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어떻습니까? 가짜 롤렉스를 찬 사람은요? 같은 맥락에서 짝퉁 팸퍼스 기저귀를 채우는 사람은요? 그런 걸 파는 사람만 사기꾼이 아닙니다. 소비자도 의도적으로 브랜드 골수를 빼먹는 겁니다. 그 값은 당신이 진품을 살 때 지불됩니다. 싸구려 불법 복제품을 사는 것은 ‘약탈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주 명쾌한 설명이었다. 특히 “브랜드 골수”라는 용어는 아주 참신 했다. 이 용어가 마케팅 담당자들과 경영 컨설턴트들 사이에서 돼지 인플루엔자처럼 퍼지는 모습이 떠올랐다.(/ pp.112~113)“여기가 어디죠?” 내가 물었다.“여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약자로 WoW)입니다.”“그런데 우리가 왜 여기서 만나는 거죠?”“지구와 나머지 우주 간에 존재하는 유일한 쌍방향 데이터 연결이 워크래프트를 통해 이뤄지거든요. 우리 쪽 해커들이 인간과 조금이라도 소통하기 위해 세운 겁니다. 당신네 행성은 출입금지 구역이니까요. 불법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우주 전체가 당신네 행성에 푹 빠져 있으니까요. 게다가 이걸 이용하는 ‘잘난 존재들’은 책임감 있게 행동해요. 그들이 소통하는 지구인에게 신분을 절대로 드러내지 않죠.” “그럼 그들은 자신을 누구라고 하죠?” “한국인요.” 프램튼이 대답했다. 칼리의 난잡한 캐릭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WoW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겁나게 먼 데서 접속한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면 맞을 거예요. 그에게 현직 대통령 이름이나 서울의 거리 이름을 물어보세요. 분명히 당황해서 말을 더듬을걸요.” (/ pp.130~131) “……하지만 몇 년만 더 일하면 연금을 탈 수 있지. 앞으로 남은 4,000년은 두 번째로 애착을 느끼게 된 매듭 공예나 하면서 살려고 하오.” “잠깐만요. 도대체 얼마 동안 일하고 4,000년 동안 연금을 받는다는 겁니까?” “흠, 43.3년 동안 일해야 하는군. ‘코터 타임’ 이후로 줄곧 이 일을 해왔소. 앞으로 몇 년 더 남았구먼. 충격적이지 않소?” “예, 그건 왠지 약간…… 균형이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약간? 전혀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간수가 비통한 어조로 말했다. 칼리가 내게 간수의 말을 부연 설명해줬다. “새로운 문명이 ‘잘난 연맹’에 가입할 때 예술을 지배하는 규칙만 고정된 건 아니에요. 국민연금과 관련된 법도 바꿀 수 없어요. 게다가 ‘잘난 테크놀로지’를 접하면서 예상 수명이 엄청나게 늘어났잖아요. 그런데도 많은 사회가 현직 공무원들과 미래에 일할 공무원들에게까지 왕성한 활동기의 단 1퍼센트도 안 되는 기간만 일해도 평생 연금을 지급하는 계약을 맺고 있어요.” (/ pp.267~268) 나는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재미없는 히트곡 의 가사를 즉흥적으로 바꿔 불렀다. 점화용 불씨가 꺼졌다. “고백할게요. 머물 생각은 없었어요…….” 간수의 눈이 점점 더 위로 치켜떠지며 충혈된 조직과 초록색 점액이 드러났다. 칼리와 프램튼의 다리에도 격렬하게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 나는 바닥을 가리키며 샤키라처럼 엉덩이를 씰룩거렸다. “제발 나를 저어어어곳으로 데려다줘요.” 그와 동시에 칼리와 프램튼이 특유의 엉망진창 춤동작을 일제히 시작했고, 간수도 간질 환자 같은 투스텝 춤으로 동참했다. …… 외계 얼간이들은 라이브 공연과는 거리가 먼 엉터리 무대에도 환호하고 열광했다. 간수가 아무리 명성에 면역성을 갖췄다 해도, 우리 음악에 면역된 ‘잘난 존재’는 하나도 없었다. 내 노래만으로도 그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나는 코러스의 세 번째 후렴구를 시작할 때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면서 법정 안을 돌기 시작했다. 내 사생팬들은 요상한 춤을 추면서 좀비처럼 나를 따랐다. (/ pp.272~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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