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5일 수요일

허수아비의 여름 휴가 [시게마츠 기요시]~

허수아비의 여름 휴가 [시게마츠 기요시]일그러진 현실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순수와 열정, 타인에 대한 가슴 아프면서도 따듯한 추억 여기까지 왔구나, 요즘 들어 이렇게 생각하는 일이 잦아졌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생활. 자잘한 일상의 기복을 내 몫으로 받아들이며, 나 몰라라 할 정도로 대범하진 못해도, 지쳐 주저앉을 만큼 나약하지도 않게, 아무튼 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갈 길이 더 길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제 내 인생도 절반 정도 지났구나, 생각한다. 지금의 이 삶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이런 삶은 택하지 않을 것 같다. 혹시 누가 어떤 삶을 살겠느냐고 묻는다면, 허허로운 웃음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지만. 인생의 절반을 앞만 보며 내달리듯 달려오다 어느 순간 가슴 한켠에 쓸쓸한 바람이 스며드는 것을 느낄 때, 잠시 멈춰 서서 자기 자신을 응시하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되돌아보게 되는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 작가는 이러한 중년의 내면을 이들이 맞닥뜨린 일그러진 현실과 맞물려 깊이 있게 그려내면서 삶의 고단함과 공허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한다. 일, 가족, 잃어버린 꿈과 열정…… 시게마츠 기요시는 별다를 것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 밑바닥에 쌓여 있는 속내를 하나하나 끌어내어 담담하게 엮어나간다. 그가 엮어내는 인생이야기를 보면서 때로는 먹먹한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고, 슬몃 웃음을 짓기도 하고,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머쓱해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소설 속 주인공의 삶이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 내 곁의 동료 혹은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이야기로 느껴진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인생의 짐이 조금은 가벼워진 듯하고, 외로움을 털게 된다.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씁쓸함과 공감, 위로가 교차한 뒤엔 자기 자신에 대한 응시와 희망이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이 갖는 가장 큰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시대의 현실을 정면으로 비추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한가운데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개인의 역사성’이라는 좀더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본다. 한 개인의 삶이라는 것은 현재만을 따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는 것이며, 한 개인이 일궈온 삶의 역사를 들여다 볼 때에야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는 것, 또 현재, 이 자리에서 멈춘다면 삶의 역사는 여기에서 그친다는 것. 힘겨운 삶이지만 이것이 인생의 막다른 길이 아니라 중요한 전환점임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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