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일 수요일

알라 할림 2 [김재기]~

알라 할림 2 [김재기]소설 제목을 풀이하면 '신만이 아신다'. 완전성과 절대성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삼은 중세 유럽의 '광기와 야만'을 고발한 소설이다. 이슬람과 기독교 세력의 대립을 중심에 놓고 문화의 융합과 교류보다는 대립에 신경을 곧추세웠던 중세 유럽을 비판적으로 그려냈다.시간적 배경은 서기 1499년(이슬람력 904-905년). 중세 말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기간, 이슬람 제국이 기독교 세력하에 정복당하던 시점이다. 기독교인들은 배타적인 신앙을 앞세워 철저하게 무슬림을 말살한다. 핍박당하고 내쫓기는 무슬림은 이 소설의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구성(의문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수수께끼를 추적해 나가는 구성)상 추리소설이지만 명쾌한 추리과정과 사건해결이 주는 카타르시스보다 당대 기독교와 이슬람의 철학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더 크다. 또한 인간사의 부정적인 여러 측면들을 꿰뚫는 작가의 시선에서 인간의 유한함과 결함, 어리석음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있다.소설은 그라나다에서 수도사의 옷을 입은 의문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무슬림 청년 알리는 우연한 계기로 이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뜻밖의 새로운 사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역사소설의 외양에 추리소설의 기법을 빌어쓴 지적 교양소설이다히즈라 94년 10월 2일(서기 1499년 5월 12일).알리가 안드레아 신부와 로빼스와 함께 알함라궁의 지하 감옥으로 간 것은 지난밤 늦게였다. 낮에 숙부 야지드의 집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난 뒤 집으로 돌아온 알리는, 심란한 마음을 달랠 겨를도 없이 오후 내내 돈 페데리꼬를 비롯한 수많은 손님들을 접대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그런데 석양 무렵에 로빼스가 여각의 심부름꾼을 시켜 전갈을 보내왔다. 전해온 내용인즉슨 '지금 당장 안드레아 신부를 모시고 알함라궁의 지하 감옥으로 갈 것이니 빨리 오라'는 것이었다. 여각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가면서도 알리는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로뻬스가 안드레아 신부의 도움을 받아 옥에 갇혀 있는 부르투칼 뱃사람을 만나보려 한다는 것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엇지만, 자신까지 부르는 까닭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알함라궁에 들어간다 해도 옥을 지키는 카슈탈라의 옥리들이 자신에게까지 죄수의 면회를 허락할지 그것도 걱정스러웠다. (/ p.1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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